가뭄과 4대강

가뭄과 4대강

가뭄이 심각한(?) 이슈로 연일 뉴스에 나온다.

그러나 농업농촌과 관련된 문제가 늘 그러하듯, 문제인식만 나열한 뿐 그에 대한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기사가 너무 많다. 특히나 여름철 녹조 완화를 위한 대통령의 4대강 보 개방 지시와 맞물려 가뭄이라는 자연재해적 현상이 정치화되는 경향 역시 보인다. 여기서 정치화란 '가뭄이 심각한데,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4대강 보를 개방해서 물부족에 대한 농민의 원성이 자자하다'라는 식의 정치적 발언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참고로 4대강 보 개방에 대한 대통령 업무지시는 농업용수 이용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문을 개방토록 하였고, 환경운동을 하는 모 교수는 이번 보 개방이 대통령의 취지와는 달리 매우 소폭으로 개방되어 유속증가효과가 미비하고, 이에 따른 녹조 개선효과 역시 미비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수문개방으로 인한 용수감소 분이 적었으며, 설사 보를 개방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가뭄상황과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작금의 가뭄에 대해서 사실 관계를 정리하고 무엇이 진정 문제인지 살펴보자. 미리 결론을 내자면, 4대강으로 가뭄 해결? 될 리가 없다!

가뭄 = 농업가뭄

가뭄, 물이 부족하단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물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왜일까?

지금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가뭄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농업용수가 부족한 것이다. 생활용수가 부족하면 어느 지역에 단수가 되었다는 기사와 불만에 찬 댓글이 인터넷에 넘쳐날 것이고, 공업용수가 부족하면 경제지를 중심으로 국가 경제 손실 운운하면 조 단위의 숫자가 사라졌다고 헤드라인이 달릴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무능과 함께.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굉장히 심각한 것 같이 다루어지는 듯 하지만, 누가 신경이나 쓰나. 우리나라에서 농업/농촌이 갖는 위상의 문제일텐데, 논이 갈라지고, 밭이 매말라도 몇 주간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라는 기사 정도 외에는 실제 우리삶에 주는 울림이 없다. 나는 도시민이기 때문이다. 겨우 GDP의 2-3%정도를 차지하는 농업, 그리고 1/20정도 밖에 안되는 농가 인구, 이 미미한 존재감으로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떻게 가뭄에 대처해 왔는가?

우리나라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약 1700년 전(벽골제, 330년 경 추정)부터 저수지를 이용해 왔다. 저수지는 산 골짜기에 둑을 만들어서 물을 모으고, 농업용수가 필요한 시기에 모았던 물을 흘러내려 논에서 이용토록 한 구조물이다. 산업화 이전 농업국가 시절에 우리나라(일제 강점기 포함)는 부족한 농업용수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많은 저수지를 축조하였으며, 이를 담당하는 농업토목이라는 학문분야가 있기도 하였다.

농업토목은 1970-1980년의 황금기를 거치면서, 전국 대부분의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농업이 사양화되고, 신규 저수지 축조가 환경단체 및 수몰지역 거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점차 존재 이유를 잃어가게 되었다.

농업용 저수지의 건설과 관리는 농업기반공사, 현재의 한국농어촌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현재 약 17,000여개소의 농업용 저수지가 운영중이며, 이중 3,000여개소를 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토목 분야의 쇠락과 더불어 공사의 구성인력 역시 다수의 기술직에 행정직으로 변화하고 있어, 변화하는 사회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기존 축조된 저수지를 운영/관리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왜 가뭄은 계속되는가?

가장 간단한 답은 '비가 적게 와서'이다. 농업용 저수지가 거의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에서, 비가 적게 오면 저수지를 채울 방법이 없다. 일부 지역에서 양수를 통해 물을 채워넣는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큰 저수지를 채울 방법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 외엔 없다.

그리고 강수일이 적어지고, 기온이 오르면 증발량 역시 증가한다. 저수지는 굉장히 큰 접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자연증발량이 상당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가뭄으로 생활용수가 부족해지자, 검은 고무공을 저수지에 채워 증발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상과 그 원인을 고상하게 '기후변화'라고 이야기 한다. 거의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최근 미국의 대통령이 이를 부정하면서,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해야겠다.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보인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너무 적다. 놀랍게도 농업용수는 사용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2000년 농업기반공사가 출범하면서 이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졌다. 또한 수자원공사에서 수십개의 다목적 댐을 관리하는 데 반해, 한국농어촌공사는 훨씬 적은 예산으로 수천개의 농업용 저수지(댐)을 관리하고 있다. 수입은 거의 없고, 예산은 적으나 지출될 곳은 많은 한국농어촌공사 입장에서는 현 자원을 관리하는 것 조차 버거운 실정인 것이다.

그리고 가뭄은 홍수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재해로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물이 모자란 시점이 되어서야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서두에 말했듯이 대다수의 국민들은 관심조차 없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매우 어렵다.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가뭄은 재해의 과정이지 결과물이 아니다. 가뭄을 통해 작물 생육이 저하되고, 생산량이 적어져서 시장가격이 요동치는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가뭄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게 아니다. 벼는 모내기만 지내고 나면, 생육기 동안 물이 부족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뭄이 지속되다가 여름철에 많은 강우로 가뭄이 일시에 해갈될 경우 오히려 쌀 생산량이 증가하고 풍년이 들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설사 가뭄피해로 농작물의 생산에 큰 피해를 입고, 출하량이 적어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시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겠지만,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함으로써 시장가격을 안정시킨다. 이 같은 조치가 일어날 경우, 피해를 입는 쪽은 농가에 한정되고,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그저 해프닝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지하댐을 언급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 했듯 한국농어촌공사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비추어보았을 때,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관리하고 있는 3,000여개 저수지도 대부분 50년 이상된 노후화된 시설인데, 이들 시설 관리도 버거운 현실에서 지하에 공동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위험도가 너무 높은 일로 보인다.

그럼 4대강은?

"그래, MB가 4대강으로 가뭄을 해결한다고 했었잖아." 이거 순전히 거짓말이다. 농업용수는 생활용수처럼 수돗꼭지 연다고 물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게 비싼 시설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저 저수지의 수문을 열면, 중력에 의해서 위에서 아래로 흐를 뿐이다. 이 흐르는 물을 논에서 가져다 쓰는거다. 그리고 물을 가져다 쓸 때도 펌프를 이용하는 게 아니다. '보'를 이용해서 물길을 막고 수위를 높여 더 낮은 곳에 있는 논으로 물을 흐르게 한다.

상상해보자면, 산 골짜기에 댐이 있고, 거기에 물을 가득 채워뒀다. 그리고 그 물은 수로를 따라 흐르고, 수로 옆에 있는 논에서는 보를 이용해서 물길을 논쪽으로 돌려놓는다. 물을 그렇게 흘러 하천에 이르고, 하천을 끝없이 이어져서 바다에 이르게 된다. 자, 그럼 4대강 보(라고 쓰고 댐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어디있는가. 논을 다 지나 하천, 그것도 조그마한 지천이 다 모여서 큰 강을 이룬 그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막아서 수위를 높였다고 한들, 어느 논에서 물을 가져다 쓴다는 말인지? 설사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중력관개는 불가능하고, 펌프를 이용한 양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용수 이용료를 내지 않고 농사를 지어도 농가소득은 바닥인데, 전기를 이용해서 펌프를 돌려 양수를 한다? 그 전기요금과 펌프 이용요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렇게 엉터리인데,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가? 한국농어촌공사도 있고, 농업토목이라는 학과도 있다면서? 솔직히 내부인이 아니어서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둑높이기사업' 때문이 아닐까 싶다. 4대강 사업 당시 하부사업으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둑높이기 사업'을 수행했었다. 기존 농업용 저수지의 둑 높이를 높임으로써, 저수량을 증가시켰던 것이다. 이는 분명 농업용수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물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 커진 것이니까. 물론 저수지가 축조된 이후 강수량이 많지 않아서 그 그릇을 다 채우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이긴 하다.

이 둑높이기 사업이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부정하는 것은 둑높이기 사업 역시 부정하는 행태가 되지 않나 싶다.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연구를 하는 교수나 학계 입장에서 정부에 반하는 입장을 표명한다는 게 어렵다는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결론

  • 지금의 가뭄은 농업용수가 부족한 것.
  • 농업용수의 추가 확보를 위한 재정도 없고, 현실적인 대안도 없다. 기우제나 지내자.
  • 4대강으로 농업용수 못 쓴다. 즉 (농업) 가뭄과도 무관하다. 녹조나 해결하자.